심리테스트에 속지 말자 (2) by 기묘한

뻘소리인지라 안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일단 연결되는 이야기이니 걸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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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지나다니다 별 이상한 영상을 봐 버려서 꽤나 즉흥적으로 포스팅을 했었는데, 오늘은 저런 아무런 근거도 없는 찌질한 테스트들 말고 진짜 심리학에 근거해서 대중들에게 퍼지고 있는 테스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심리학에 근거한 테스트들이라고는 하지만, 제목을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딱 잘라 말하면 근거 있는 테스트들도 일반인들에게 전해질 때 그 의미가 와전되고 해석하는 방법도 잘못 알려지기 일쑤다.
지금 웹에서 할 수 있는 심리학적인 '심리테스트'들은 MBTI를 비롯해서 에니어그램, 에고그램 등이 대표적인데, 이것들이 과학적이라고 얼추 믿어온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이것들은 반밖에 못 믿는다. 근거가 있고 과학적이지만 거짓이 절반이나 섞여있다는 이야기다.
그 '거짓'이란 게 꼭 거짓말로 없는 이야기 지어서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좀더 그럴듯하게, 또 쉽게 여기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저작권의 문제로부터 회피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단순화하고 재해석한 결과 신뢰할 수 없는 테스트로 탈바꿈해버렸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이 대표적인 세 가지 테스트들의 함정을 좀 파고들어 보겠다.
아무래도 심리학에 기초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좀 어려운 말들을 많이 쓸 것 같은데, 그 점 양해 바란다. 되도록이면 쉽게 풀어서 쓰려고 노력은 해 보려고 하지만 어떨지는 모르겠다...

이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듯이 심리학계에서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것은 심리테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심리검사'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심리검사를 옮긴 것이라고 해도 그것들을 심리테스트라고 부르고 싶다. 점차 대중들의 흥미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나마 지금 웹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그나마 본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 건 아무래도 MBTI일 것이다. 사실 기묘한은 예~전에 이 MBTI에 대해서 꽤나 악질적인 포스트를 남긴 적이 있는데(지금은 비공개로 전환해 둔 상태.), 그 MBTI는 실제 MBTI에서 많은 문항들을 빼서 간소화시키고 프로그램 때문인지는 몰라도 점수계산법을 달리 했다. 진짜 MBTI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릇 웹버전의 테스트가 실제 검사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잘못이다. 절대 아니다. 그대로 옮겨오면 저작권 위반이 되기도 하는지라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얼마나 다르냐면, EZ2DJ 7th 정품과 6th 기반에 7th 데이터만 집어넣은 복돌판만큼 다르다.

잠시 전문적인 이야기 좀 하겠다. MBTI에는 0점 문항, 1점 문항, 2점 문항이 있다. 즉 어떤 문항에 답한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 점수로 가산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어떤 문항은 답하면 2점이 더해지고, 또 어떤 문항은 답해도 점수가 더해지지 않는다. 이건 MBTI의 자기보고식이라는 특징 때문에 피검자에게 살짝 페이크를 주어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융의 심리학을 연구해서 검사에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MBTI의 총 문항 수는 94문항인데, 이 94개라는 문항 수는 표준화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딱 맞게 체계화되고 정리된 짜임새다. 여기서 한 문항이라도 빠지면 말할 것도 없이 의심하고 보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그 웹버전에서는 몇십 문항이나 빼먹었다. 게다가 점수에 상관없이.
또 한 가지, MBTI는 남녀의 점수가 다르다. 뭐 다르다고 해도 전부 다른 건 아니고, T와 F의 구분만 특별히 남녀 따로 채점하도록 되어 있다. T와 F(판단과 결정의 과정)는 남녀의 기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 근데 '그 웹버전'에서는... 이하생략.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진짜' MBTI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잘 알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심리학계에서도 시간이 부족할 때라든지 전문성에 문제가 생겼다든지 할 때에는 약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사실 기묘한은 이것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약식이라고 해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딱 봐도 납득이 가는 약식이 있는가 하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여 놓은 약식도 있기 때문에 대충 인터넷 뒤져서 나오는 거 배껴서 쓰다가는 큰일난다. 될 수 있으면 정품(...)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약식을 사용해야 할 때는 꼭 검증받은 약식을 사용하도록 하자. ...라고는 해도 사실 정품은 교육을 받고 자격을 인가받은 사람이 아니면 구입할 수 없지만.

위에서 나는 이 웹버전의 MBTI가 그나마 본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MBTI라는 것이 원래 심리학을 실생활에 적용하자는 모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리 말하자면 에니어그램이나 에고그램은 일반적인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심리학적인 도구인데 비해 MBTI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실생활에 들어와 있고, 지금은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런 만큼 심리학적 도구로서의 기능은 약한 것도 사실이다. MBTI는 실용적 도구인지라 인간의 성격에 대해 깊은 성찰을 갖게 해 주지 못한다. 물론 깊이 들어가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으나 본래의 용도가 그게 아닌지라 아무래도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MBTI는 사람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것뿐이다. 심리학적 도구로서의 기능은 이해를 넘어서 성찰과 변화까지 뻗쳐야 하지만 MBTI는 이해로 땡이다. 결과지에 영어 4개 나열해 놓고 '당신은 이러이러한 성격이고, 장단점은 이렇습니다' 하고 끝이다. 이건 MBTI가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격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것만이라면 MBTI만한 것이 없다. 에니어그램이나 에고그램은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에는 조금 버거운 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웹버전의 MBTI는 본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것이 심하게 줄여져서 믿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심리학과 더 가까운 에니어그램과 에고그램 쪽이다. 이 둘은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묘한은 MBTI보다는 에니어그램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MBTI의 기능이 '이해'에 그치는 반면 에니어그램으로는 깊은 자아성찰과 변화,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역동을 탐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MBTI로 이것들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MBTI는 이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파고 들어가야 하고 에니어그램은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차이다.
엄밀히 말하면 에니어그램은 성격검사라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한 하나의 학문적 틀이라고 봐야 한다. 에니어그램 검사는 그 틀의 일부일 뿐이다. 이 점에서 검사만 행하고 입 씻는 웹버전 에니어그램은 그 사용방법이 완전 글러먹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또 전문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진짜 에니어그램 검사의 검사방법은 이렇다.
각 문항은 질문식이 아닌 평서형 명제로 되어 있고, 여기에 자신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5점척도로 대답한다. 예를 들면 '나는 미쳤다'라는 문항이 있다고 치자. 자기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하면 5점을, 전혀 안 미쳤다고 생각하면 1점을 주면 된다. 에니어그램에는 9가지의 기본유형이 존재하니, 한 유형 당 9개 문항씩, 총 81문항에 이런 식으로 답하면 된다. 이렇게 유형별로 채점을 해서(채점법은 사실 척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일단 비밀로 해 둔다)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유형이 자신의 기본유형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날개를 찾아야 한다. 날개는 두번째로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기본유형의 양쪽에 있는 두 개의 유형 중 점수가 높은 쪽이 날개이다. 자신의 기본유형이 2번이라면, 양쪽의 두 유형, 1번과 3번 중 점수가 높은 것이 자신의 날개가 된다. 3번의 점수가 더 높다면 '2W3'이라고 표기하거나 '2번 유형에 3번 날개'라고 표현한다.
아직도 끝이 아니다.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홈페이지에서 그림을 하나 발췌해 왔다.



이것이 에니어그램의 가장 기초가 되는 도안이다. 여기는 각각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 에니어그램에서는 각 유형에 이름은 없고, 그냥 숫자로만 부른다. 붙여져있는 이름은 각 유형의 특징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연구소에서 임의로 붙인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1-4-2-8-5-7-1..., 9-6-3-9...로 선이 이어져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 선이 에너지가 흐르는 동선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유형이 2번이라고 놓자. 이 에너지 흐름선에서 2번의 양쪽에 있는 유형을 찾는다. 4번과 8번이다. 이 둘 중 점수가 높은 쪽으로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만약 4번이 더 높다면 2-4-1-7-5-8-2...의 순으로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것이 되는데, 이 경우 통합되었다고 표현하고, 통합상태는 즉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8번이 더 높아 2-8-5-7-1-4-2...의 순으로 에너지가 흐른다면 분열이라고 표현하고, 이것은 스트레스 상태를 나타낸다. 2번에서 8번으로 분열상태에 있다면 4번의 성격을 닮으려고 노력해서 에너지의 흐름을 정상(통합)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에니어그램 검사의 과정이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도 그럴듯이, 에니어그램은 심리학에서 한 덩어리를 떼다 붙인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잠시 에니어그램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자면, 기원전 2500년경부터 전해내려오는 고대의 지혜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해서 재정리한 것이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전해지는 지혜가 한 곳에 모여있는 영역이고, 수학과 기하학도 퓨전되어 있다.
에니어그램의 신비함을 하나 소개하겠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에너지의 동선, '142857'이라는 숫자를 검색창에 쳐 보라. 수학에 조예가 깊다면 위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 숫자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숫자라고 불리는 숫자다.
뭐 그러저러해서, 항간에서는 에니어그램을 '심리학의 꽃'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영역이 넓고, 또 깊다. 그래서 검사과정도 꽤나 복잡하고, 동시에 교육을 받지 않으면 채점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 통찰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유형에 대한 이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이 복잡한 진짜 검사법과 웹버전의 검사법을 한번 비교해 보자.
일단 웹버전은 괜히 문항수만 더럽게 많다. 81개면 충분한데 180개나 된다. 무슨 MMPI도 아니고. MMPI가 훨씬 많긴 하지만. (참고로 MMPI의 문항수는 566개)
사실 이런 검사는 문항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에니어그램의 경우는 특별하다. 에니어그램은 검사로 끝나는 도구가 아니라 통찰과 탐구를 위한 틀이기 때문에 검사의 문항수가 적어도 그 뒤의 과정에서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따지고보면 사실 81개면 적은 것도 아니다. 기본유형 16개인 MBTI도 94개인데.
그뿐만이 아니다. 채점이 점수방식이 아닌 그냥 그렇다/아니다의 두가지 척도로, 게다가 퍼센티지 방식으로 매겨진다. 그것도 한 1% 단위면 또 몰라. 5% 단위다. 이건 치명적이다. 이거 가지고는 날개나 통합/분열은커녕 기본유형도 제대로 찾아낼 수 없다. 혹시 몰라서 말하는데 이것만은 절반 정도가 아니라 90%는 뻥이니 믿지 말았으면 한다. AVGN의 말을 빌리자면 I'm f**king serious, 조낸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에니어그램이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이 2001년이니 아직은 역사가 그리 깊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아직 모르는 일반인들도 많다. 그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에니어그램에 대해 알게 된 건 전공자로서는 기분좋은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전해지는 건 원치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설명해 주는 게 낫지, 잘못 알고 있는 걸 바로잡아 주는 건 더럽게 어렵다.

에고그램은 셋 중에서는 가장 본연의 모습 그대로 알려지고 있다. 웹버전은 내가 목격한 걸로는 한 세 가지 정도가 존재하는데, 모두 별로 변한 부분이 없다. 그래서 '진짜'와의 차이점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온다.
일단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해 둔다. 에고그램은 성격유형검사가 아니다.
에고그램은 교류분석이라는 상담기법에서 출발하는 도구인데, 이름에서 딱 나오듯이 쉽게 말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는 게 교류분석이고, 에고그램은 '지금, 여기에서의 교류'를 대전제로 두고, 교류하는 사람들의 성격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이다.
얼핏 보기엔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 다르다. 애초에 교류분석의 목적이 심리치료인 만큼, 일반적인 성격검사와는 맥락을 달리한다.
그런데 웹버전의 에고그램 테스트는 마치 그것이 성격유형검사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고, 그런 방식으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건 매우 잘못된 접근이다. 형태는 맞으나 방법이 다르다.

이전 포스팅에서 나는 심리학적 근거가 없는 테스트는 믿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여기서는 근거가 있다고 무턱대고 믿어서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테스트의 서두에 '이 테스트는 누구누구의 무슨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고 딱 못박아두면 사람들은 그게 '진짜'라고 생각하기 일쑤이고,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더 맹목적으로 믿으려 든다. 근거가 없는 쪽보다 오히려 이게 더 무섭다.
결국 웹에서 할 수 있는 심리테스트들은 전부 신뢰할 수 없다. 일부 관련기관에서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 검사라면 어느 정도는 믿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나 분명하게 말해두겠다. 의심해라. 근거가 있으니 무조건 틀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자기 선에서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내고, 그 결과를 남에게 떠들고 다니지 말아라.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가고, 자신과 상대방의 성격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욕구도 늘어가고 있다. 또 그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쉽고 간단하다고 웹에 떠도는 걸 가지고 이해하려 들었다간 역효과만 난다. 이미 속는다 어쩐다 할 수준이 아니다.
진정 검사가 필요하다면 상담소를 찾아가라. 대학생이라면 학생생활상담소에 가면 1000원 안팎이면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공자로서 한 마디 하고 싶다.

진짜 전문지식을 그리 쉽게 인터넷에 흘려보낼 리가 없잖아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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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2009 동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제 1기 졸업, 현재 2년간 아오지탄광에 팔려가 중노동생활 중.
나름대로 리듬게이머. 리듬게임과 그외 각종 취미생활을 오가며 은둔 중.

월요심리극장 : 매월 셋째주 월요일 광주광역시 예술의 거리에 있는 궁동예술극장에서 상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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